한강

 

한강 - 전10권 세트 - 10점
조정래 지음/해냄


왜? 

이십 대 시절 조정래 선생님의 태백산맥을 만났다. 그때의 기억은 아직도 강렬하게 남아 있다. 아름다운 글솜씨에 감탄했고,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전개되는 역사의 굴곡에 체험하듯 몰입했었지. 어디나 품고 다니며 내내 읽었다. 그 겨울의 추위와 서늘했던 학교 동아리방, 지하철, 버스, 따스했던 방구석이 떠오른다. 

아리랑을 읽었고, 정글만리를 읽었다. 한강은 아껴두고 싶었다. 읽고 나면 더 읽을 것이 없다는 아쉬움도 있었고, 한창 일에 집중해야 할 시기에 빠져들면 다른 일을 못 할 것 같다는 불안감도 있었다. 그렇게 기억이 희미해지던 어느 날 한강이 이북(ebook)으로 나온 것을 알게 되었다. 이제는 읽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 너무 빠져들지는 말자, 조금은 건조하게, 매일 조금씩 천천히 읽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4개월 동안 부모님 생각을 많이 했다.  

전쟁의 아픔과 남겨진 상처는 글로 표현할 수 없을만큼 가혹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살아남은 가족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 그 자체가 마치 형벌처럼 느껴진다. 누구에 의해 그런 세상이 만들어진 것일까? 누구의 책임이고, 누구를 원망해야 할까? 답 없는 의문은 사치다. 이거저거 가릴 처지가 아니다. 닥치는 대로 먹고살아야 한다. 한반도에 닥친 6.25 전쟁이 끝나고 폐허가 된 세상에서 살아남는 것 외에 다른 것을 생각할 수 있었을까? 생존이 목표인 시대, 돈과 권력은 주요한 수단이었다.  

그런 시대의 한복판을 살아오신 어르신들, 인생이 얼마나 고달프셨을까? 오늘의 풍요가, 부모님 세대의 고된 삶 덕분이란 걸 새삼 깨닫게 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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