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기억 1 - 10점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열린책들


왜?

'개미'란 소설이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 때 나는 무관심했다. 개미를 소재로 한 소설이라니, 뭐지 싶으면서도 전혀 흥미가 돋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타나토노트를 보게 되었고, 베르나르 베르베르에게 푹 빠졌다. 이어서 '개미'를 읽으며 엄지 척! 이후로 새로운 작품이 있다는 걸 알게 되면 나도 모르게 찾아 읽게 된다. (다만 고양이는 1권을 읽다가 중간에 덮었다.)


주제 의식은 한결같다. 

출퇴근 시간에만 읽으려고 했는데, 코로나 덕분에 무료했던 일요일 오후를 참지 못하고 손에 잡았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멈추지 못하고 계속 읽다보니 끝. 아쉽다. 그런데 왠지 소설을 읽으면서 기시감이 느껴졌다. 아틀란티스, 전생, 죽은 영혼과의 소통 등 이전 작품에서 자주 보던 소재들 때문인가 싶었는데. 

첫 작품 개미부터 신작 기억에 이르기까지 확장과 진화를 거쳐 온 그의 작품들을 관통하는 주제 의식은 한결같다. 순환적 세계관과 타자적 관점, 그리고 인간에 대한 낙관과 유머. …. 어느덧 이순을 앞둔 작가가 영성을 향해 조금 더 기울었을 뿐, 초기작부터 독자를 사로잡았던 자신만의 색깔은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음이 발견된다. 하지만 그의 작가적 고민은 과학적 지식, 기발한 소재와 결합하면서 소설마다 늘 새로운 방식으로 변주된다. (옮긴이의 말 중에서)

이렇게 명쾌하게 정리를 해주다니, 속이 다 시원하네. 


전생과 나의 관계

소설 속 이야기에서 보면 전생의 나와 현생의 나는 서로 전혀 다른 인격체이다.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았기에 성격도 인격도 다르다. 저마다의 삶을 살아온 전생의 '나'들은 서로 완전히 별개의 '나'인 셈이다. 만약 윤회설이 사실이라면 환생을 거듭한 현재의 나는 과거를 포함한 연속성을 가진다고 생각 했었다. (사실 이것도 어디선가 영향을 받은 기억이겠지.) 다시 곰곰이 생각해보니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전생들이라면, 베르나르의 가정이 더 일이있다는 생각이 든다. 


기억

공유된 기억은 전승된다. 왜곡되기도 한다. 말살된 기억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느 존재의 흔적을 지워 버린다. 그런 모든 기억들이 우리의 뇌 어딘가에 과거 누군가의 삶으로 보존되어 있다. 최면에 초보였던 오팔이 르네의 머리 속 봉인을 해제하면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보면서 책 제목을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을 했다. 베르나르의 이야기 능력은 여전히 믿을만하다. 1권을 채 읽지 못하고 덮었던, 고양이를 다시 읽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들어봐야겠다. 

이 소설을 쓰는 동안 들었던 음악

- 비발디의 "사계", 클래식 버전과 하드 록 버전

- 슈퍼트램프의 "Fool's Overture"

- 피터 가브리엘의 "In Your Eyes"

- 르네 오브리의 "Steppe"

- 핑크 플로이드의 "Shine On you Crazy Diamond"

하루키의 소설을 읽고나면 그 책에 나왔던 음악이 궁금해서 찾아보곤 했었지. 베르나르는 소설을 쓰면서 들었던 음악을 소개해주네. 요즘은 유튜브로 바로 찾아서 들어볼 수 있는 세상이라 훨씬 편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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