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리즘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손길 한 번 닿지 않고 있는 물건들을 굳이 보관하고 있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왔다. 쓰지 않는 물건을 비우고자 하는 마음은 진작부터 가지고 있었지만, 여태 미뤄왔다. 그놈의 실천이 문제다. 결국 옷 정리를 하고, 버릴 물건을 하나씩 고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막상 버리려니 추억이 생각나기도 하고, 언젠가 쓸 것 같은 기분도 든다. 어디선가 사진을 찍어두면 도움이 된다는 글이 생각나서 따라해 봤다.
가장 먼저 선택한 건 CD 보관 가방과 존재조차 가물가물한 CD들이다. Windows 95라니, 24년 전 물건이네. 요즘 나오는 노트북들은 CD 리더기도 없는데, 참 오랜 세월 버텨왔구나. Windows 95와 Windows98은 서랍 한 켠에 보관하고, 나머지는 버렸다.
몇 년 전인지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동남아 여행을 갈 때 샀던 것 같은데. 그래 기억난다. 스노클링 하면서 유용하게 썼던 기억이 난다. 그 때 그 사진들 다시 찾아봐야겠다. 너도 이젠 안녕.
결혼 전 와이프에게 선물해 줬던 오리발이 아직까지 남아 있었다니, 참으로 오래된 인연이네. 한 두번 정도 사용하긴 했었는지 의문이다. 결혼 전 함께 수영장에 갔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형에게 선물 받았던 배드민턴 용품 가방이다. 벌써 한 십년은 된 것 같다. 이삼개월 정도 레슨도 받으면서 열심히 하다가 그만두었던 아픈 기억이 나네. 그 때 그만두길 잘 한 것 같다. 배드민턴은 내 스타일이 아니었던 것 같다.
동남아 놀러가서 썼던 물건이 또 있었네. 남들 쓰던 물건은 비위생적일 것 같아 구입해서 싸갔던 기억이 난다. 그치만 막상 가지고 다니기가 불편했던 기억이 난다. 한 번 밖에 안쓸 걸 알았다면, 현지에서 싸구려를 사는게 더 나을뻔 했네.
한 때 미친듯이 캠핑을 다닌 적이 있었다. 그 때 유용하게 사용했던 코펠과 물통이 나왔다. 숲 냄새, 타프 위로 빗방울 후두둑 떨어지던 저녁 소리, 고기 먹고 군고구마 마저 구워 먹던 캠핑장이 그립다.
그러고 보니 캠핑을 시작하면서 늘어나던 짐들이 부담스러졌다. 그때부터 짐을 줄이기 시작해서 어느 순간부터는 참 가볍게 다녔던 기억이 난다. 이건 코펠 대신 가벼운 식기와 함께 가지고 다녔던 건데, 이름은 기억이 안난다. 빵을 데워 먹거나, 가볍게 고기를 구워먹었던 것 같다.
비우기, 버리기가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막상 버리려고 하니, 지난 추억들이 살아나 다시 넣어 두기도 했다. 어떻든 첫걸음은 이렇게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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