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감도장 선택기


인감도장 은퇴

얼마 전 인감도장을 쓸 일이 생겼다. 책상 서랍 한 켠에 잠자고 있던 인감도장을 오랜 만에 꺼내 사용하던 중 모서리 한 쪽이 조금 깨진걸 발견했다. 다행히 법무사 사무실에서 오신 분이 이 정도는 괜찮다고 해서 일은 잘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집에 와서 보니 서랍 속에는 두개의 도장이 있었다. 하나는 고등학교 졸업하면서 학교에서 단체로 만들어 줬던 도장이다. 그리고 인감도장인데 언제, 어디서 만든 것인지 도통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인감도장 등록을 할 때 고등학교 졸업하면서 만든 도장보다는 좋아 보여서 가져갔던 기억만은 어렴풋이 나는 것 같다. 

수명을 다한 인감도장을 보니 왠지 짠하다. 당분간은 전처럼 책상 서랍 한 켠에 자리를 마련해 주기로 했다. 


새 인감도장을 주문하려다 혼란에 빠지다. 

새 인감도장을 사려고 보니 종류가 참 다양하다. 가격은 저가 도장을 제외하고는, 어디서 주문하든 수조각인 경우  10만원 전후로 큰 차이가 없었다. 그 중에 마음에 드는 재료를 선택하고 주문을 하는 과정 중에 첨자를 선택하라고 한다. 첨자란 도장을 만들 때 한문 이름 뒤에 추가하는 글자(印, 章, 信 등)라고 한다. 이게 뭐지? 印만 붙이는 것 아니었나? 

궁금한 마음에 검색을 해보니 첨자는 아무거나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한문 성명의 조합에 따라서 붙이기도 하고, 안붙이기도 한단다. 게다가 도장 재료, 글자체도 본인과 어울리는 것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일부 도장 쇼핑몰에서는 아예 게시판을 만들어서 성명과 생년월일시에 맞는 도장 재료와 첨자 여부, 글자체를 알려주고 있기도 하다. 

순간 든 생각은 '이거 100% 상술 이구나' 였다. 그래서 머리로는 그냥 마음에 드는 것 선택하자고 하는데, 막상 장바구니 결제를 하자니 마우스 클릭은 쉽게 안되더라. '물어보는데 돈이 드는 것도 아닌데, 이왕이면?' 하는 생각이 쉽사리 가라앉지를 않는다. 결국 가장 마음에 드는 두 군데 사이트에 질문을 올렸는데, 오히려 혼란에 빠졌다. 답변이 달랐던 것이다. 첨자 여부는 이름의 획수로 결정하기 때문인지 동일했는데, 재료와 서체는 전혀 다른 것을 추천해 준 것이다. 


명통거리 덕분에 쉽게 결정

전직 대통령이나, 유명인사들의 도장을 만들었다고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오프라인 매장이나, 사이트들이 있다. 상담을 통해 사주를 봐주면서 재료, 서체, 첨자를 골라주고 1백만원 가까운, 또는 훌쩍 뛰어넘는 도장 값을 받는 곳도 있다. 그런데 그분들의 인생항로가 모두 좋았을까? 결국 중요한 것은 나의 마음가짐이고, 결정이다. 미신이든, 징크스 든 내 마음이 편하면 되는 것이고, 결국 내가 책임져야 할 미래인 것이지. 

그렇게 생각하니 인감도장 선택에는 별 고민이 필요 없었다. 문의 글에 대한 성의있는 답변 메일을 받을 수 있었고, 이른 아침부터 배려심 가득한 댓글과 문자를 통해 소통하는 곳이 있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인감도장과 함께 또 새로운 날들을 날들을 멋지게 만들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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