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격차


초격차 - 10점
권오현 지음, 김상근 정리/쌤앤파커스


삼성전자가 오늘의 위치에 오른 것은 한 두 사람의 능력 때문은 아닐 것이다. 인재가 모이고, 그런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리더십이 조화를 이루어 다른 기업을 제치고 최고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이 삼성전자라는 회사를 거쳐 갔겠지. 그 수많은 사람 중 마침내 최고 경영자의 자리에까지 올라 최고의 기업을 이끌었던 권오현 회장의 회사생활을 엿볼 수 있는 책이었다. 


인생의 굴곡이 드러나는 드라마틱한 이야기는 없었다. 기술 직군에서 영업 직군으로 옮겼던 일, 후배를 상사로 모셔야 했던 10여 년의 시간, 적자 사업부를 맡아 고군분투했던 일들은 담담하게 지나간다. 그보다는 그 과정에서 인재와 조직 관리, 그리고 리더십에 대한 실전 경험이 담긴 통찰을 일목요연하게 전달해 주는 책이다. 


"자신의 꿈을 실현하고 조직의 존재 이유를 달성하려면 끊임없이 자신과 조직을 변신시켜야 합니다. 변신을 두려워하고, 거대한 애벌레로 남아 있으려 하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너무나 많습니다. 거대한 애벌레로 남아 있는 것에 만족하는 회사나 사업 부서도 많이 보았습니다. 자신이 얼마나 거대한 애벌레인지 자랑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 사람들의 눈에는 하늘을 날고 있는 새들이 보이지 않는 모양입니다. 애벌레의 덩치가 커지면 포식자들의 손쉬운 사냥감이 될 뿐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변신하지 않으면 죽습니다."


삼성전자가 어떻게 오늘의 자리에 올랐는지 알 수 있는 문장이다. 내일의 삼성전자가 어떻게 될지 아무도 알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다른 한편으로 누구나 워라벨을 꿈꾸지만, 워라벨을 지탱할 수 있는 것은 기업이 생존을 지속할 수 있을 때만이 가능하다. 현실은 워라벨이란 단어가 사치인 기업이나 사람들도 무수히 많다. 변신하지 않으면 죽는 사회에서 노력이 아닌, 능력이나 결과가 부족한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이율배반, 모순이란 단어가 떠오른다. 양립할 수 없는 가치를 두고 괜한 에너지 낭비를 하는 것은 아닐까? 어느새 인간은 기업의 소모품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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