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


세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 - 10점
이용마 지음/창비


MBC 이용마 기자의 글이다. 복막암이란 희귀암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고, 아이들의 성장기를 함께 할 수 없다는 예감에 두 아이에게 남기는 아버지의 유산과 같은 책이다.
이용마 기자의 성장 과정으로 시작한 글은, MBC 기자 생활을 하면서 겪은 정치 사회적 변화와 개인적 평가로 채워간다. 그리고 그 속에서 자신의 사명과 선택의 이유 등을 담담하게 정리하고 있다. 이런 분들에게는 늘 부채감이 느껴진다.


내가 꿈꾸는 사회

'사마천의 사기 열전의 서문에 천도시비론이 있다. 도척이란 도적은 온갖 무도한 짓을 통해 부를 축적했으면서도 부귀영화와 천수를 누렸다. 반면 백이와 숙제는 부정한 왕을 거부하고, 수양산에서 고사리로 연명하다 굶어 죽었다. 사마천은 이를 비교하며 도가 있느냐, 없느냐를 물었다. 있다면 과연 옳으냐, 그르냐를 따져 물었다.
우리나라에서 독립운동가 자손과 친일파 자손은 어떤가? 사마천의 사기에서 나온 물음이 현재에도 계속되고 있다.'
독립운동가 자손이 오히려 힘들게 사는 불합리한 현실에서 다시 한번 재앙이 찾아온다면 어떤 세상을 만나게 될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이용마기자는 이런 고민이 더는 필요 없는 사회,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고 싶다고 한다. 그의 모든 삶은 주어진 조건에서 이 꿈을 실현하는데 맞춰졌다고 한다. 감히 그렇게 말할 수 있다니, 대단한 사람이구나 싶다.


언론의 객관성

'언론은 사회를 보는 창이다. 우리가 안에서 밖을 내다볼 수 있는 건 창이 있기 때문이다.
창이 없다면 우리는 바깥세상과 차단된다.
우리는 언론을 통해 간접적으로 세상이 돌아가는 상황을 안다.
언론의 객관성의 기준은 사회적 다수와 사회적 약자를 중심으로 세상을 보는 시각, 소수 권력자에 대해서는 엄격한 시각, 사회적 약자에 대해서는 인간적 배려이다.'
언론사, 그리고 언론의 객관성은 참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문제이다. 이상적인 경우라면 인류애 차원에서 옳은 방향을 논하는 것이 당연하다. 현실계는 다양한 인간군상과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을 수밖에 없다. 당연히 누군가의 객관성은 누군가에게 편견으로 읽힐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언론의 객관성에 기준을 두는 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용마기자가 정의한 언론의 객관성과 부합하는 언론사는 얼마나 될까? 어느 시절인가 종부세 인상에 반대하는 집 한 채 없는 노인들이 있다는 소문이 언뜻 떠오른다.


앵커와 가상현실

'앵커는 앵커일 뿐이다. 우리나라에서 직접 취재를 지시하는 앵커는 JTBC의 손석희가 유일할 것이다. 자신이 맡은 뉴스를 앵커가 온전히 책임지면서 취재를 지시하는 체제는 아직은 미국 이야기다.'
이윤성, 박성범, 엄기영, 손석희, 백지연, 민경욱, 신경민, 배현진 등 여러 사람이 떠올랐다. 미국의 뉴스 진행 방식과 다른 체계에서 TV로 보이는 이미지에 후한 점수가 부여되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었다. 정치인이 되어 TV에서 보이던 이미지와 부합하는 역할을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정치인에 대해서 만큼은 능력과 이미지의 부조화를 없앨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살아본 적이 없어서

최승호 PD가 공범자들이란 다큐멘터리를 만들면서 물었던 질문에 대한 답이다. 다들 노조에 가기를 거부하는데, 왜 노조에 들어갔느냐는 물음에 이용마기자는 답을 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몇 번을 생각한 끝에 나온 답이 '그렇게 살아본 적이 없어서'라고 한다. 놀랍다. 이런 사람이 우리 시대에 있었구나. 그래. 그리고 드러나지는 않지만, 그렇게 함께 하는 사람들 또한 많을 거로 생각한다. 늘 그런 분들에 대한 부채감을 가지고 있다. 다시금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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