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대왕

 


사회를 유지하는 시스템이 사라진다면 세상은 어떻게 될까? 


비행기 사고로 아이들은 어느 무인도에 고립된다. 무인도에는 어른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아이들은 저마다의 성장 과정 속에 학습된 사회성을 기반으로 대장을 뽑고 역할을 나누어 구조를 기다리기로 한다. 그 중심에 랠프와 잭, 그리고 돼지가 있었다. 


대장인 랠프와 돼지는 구조를 최우선 과제로 생각한다. 그래서 지나가는 배에 구조를 요청할 수 있는 연기 피우는 일의 중요성을 주장하고 당번을 정한다. 그 과정에서 잭과 성가대는 사냥과 불 피우는 일을 맡았고 순번을 정해 불이 꺼지지 않게 하기로 약속한다. 그러나 사냥에 집중한 잭의 무리는 불을 꺼뜨렸고, 그 시간에 배 한 대가 지나감으로 인해 잭과 랠프의 갈등이 시작된다.


잭은 집단 내에서 자기 나름의 노력이 인정받기를 원했지만, 랠프와의 기 싸움에서 번번이 무너졌다. 자존심에 상처를 받기 시작한 잭은 그런 현실을 견디기 힘들었나 보다. 결국, 잭은 무리를 이끌고 떠난다.  


잭의 무리에게는 아이들의 본능을 자극하여 끌어당길 수 있는 힘이 있었다. 손쉽게 구할 먹거리라고는 과일밖에 없는 섬에서 사냥을 통해 멧돼지 고기를 제공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힘을 알게 된 잭의 무리는 아이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였고, 랠프와 돼지는 오히려 소외되고 만다. 


그 일련의 과정에서 사회성을 잃어버린 잭의 무리는 광기에 빠져들고 만다. 그 광기에 사이먼과 돼지는 희생을 당하고, 랠프는 간신히 숲으로 도망친다. 잭의 무리는 랠프를 잡기 위해 숲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불을 냈고, 결국 숨을 곳 하나 없는 해변까지 쫓겨 나온 랠프에게도 마지막 순간이 다가오는 듯했다. 그때 도망치던 랠프의 시야에 어른이 하나 보인다. 무인도 근처를 지나던 군인들이 숲에 난 화재와 연기를 보고 섬에 들어왔던 것이다. 어른의 출현으로 아이들의 광기는 급속히 소멸하고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어렸을 때 TV 영화로 본 것도 같고, 책도 읽은 것 같은데 파리대왕이 어떤 의미인지 기억이 나지 않아 다시금 읽게 되었다. 잭의 무리가 무서운 존재에게 바치기 위해 멧돼지 머리를 남겨 두었고, 그 머리에 파리들이 꼬여있는 모습을 본 사이먼이 파리대왕이라 이름을 붙여서 그런 것일까. 제목으로 정한 것이라면 어떤 중요한 의미가 숨겨져 있을 것 같은데 명확히 떠오르는 것은 없다. 읽는 중에 원시시대의 토템이 이런 과정에서 생겨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은 잠깐 했었지만. 


책을 읽으며 어느 날 갑자기 사회를 유지하는 시스템이 사라진다면 세상은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관습과 규범을 무시해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 상황이 된다면... 아마도 혼란과 갈등이 생겨나고 해소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결국 새로운 질서와 시스템이 생겨날 것이다. 


한편으론 인간의 본성은 사회화 과정을 거치더라도 어떤 식으로든 표출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일련의 집단들이 저지르는 행태를 보면서 소설 속 잭의 무리와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 일련의 집단들이 사회를 유지하는 시스템을 좌지우지한다면 그 사회도 소설과 별반 다를 게 없겠구나. 그렇다면 사회란 질서를 유지하려는 집단과 새로운 질서를 만들려는 집단들 간의 끊임없는 갈등관계 속에서 발전이 아닌, 변화해 나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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